번역은 배신이 아니라 다리였습니다: 70인역이 연 ‘보편의 길’
낡은 지도를 새 지도로 옮겨 그리는 일 우리가 사랑하는 어느 낡고 오래된 마을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곳에는 그 마을 사람들만 아는 골목길의 이름이 있고, 그들만 공유하는 정겨운 사투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마을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마을 지도를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번역하여 출판하기로 했습니다. 이때 마을 사람들은 두 가지 마음에 휩싸입니다. 한쪽에서는 “우리만의 고유한 정취와 뉘앙스가 다른 나라 말로 옮겨지는 순간 사라져 버릴 거야”라며 걱정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 마을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겠군!”이라며 기뻐합니다. 이것은 ‘확장’에 대한 설렘입니다. 성경의 역사에서도 이와 똑같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히브리어로만 전해지던 ‘품 안의 성소’가, 당시 세계 공용어였던 헬라어(그리스어)로 번역되어 세상 밖으로 나온 사건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70인역(LXX)’ 이라 부릅니다. 이 번역은 과연 고유한 진리를 훼손한 배신이었을까요, 아니면 온 인류를 위한 축복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