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의 ‘장면’과 헬라어의 ‘논리’: 성경을 지은 두 언어의 설계도
진리를 담는 ‘그릇’에 관한 이야기 1. 왜 우리는 고대 언어에 주목하는가 우리가 지금 펼쳐보고 있는 성경은 한글이나 영어로 된 매끄러운 번역본입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지혜의 도서관이 처음 지어질 때 사용된 설계도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구약성경의 바탕이 된 ‘히브리어’ 와 신약성경의 통로가 된 ‘헬라어(그리스어)’ 입니다. 어떤 언어로 기록되었느냐는 단순히 문자의 차이를 넘어, 그 안에 담긴 사상의 '결'을 결정합니다. 마치 같은 풍경을 그리더라도 수채화로 그리느냐, 유채화로 그리느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 글은 성경이라는 인류의 유산이 왜 하필 이 두 가지 독특한 언어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우리의 삶과 사유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추적하는 여정입니다. 2. 사진으로 말하는 사람과 설계도로 말하는 사람 우리는 같은 대상을 보고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곤 합니다. 누군가는 아름다운 일몰을 보며 “하늘이 붉게 타오르고, 바다가 금빛으로 일렁이며, 내 마음이 뜨거워졌어”라고 말합니다. 그는 풍경의 ‘생동감’과 ‘행동’을 한 편의 그림처럼 전달하려 합니다. 반면, 누군가는 “현재 태양의 고도는 몇 도이며, 빛의 산란 현상 때문에 붉게 보이고, 구름의 밀도는 이러해”라고 분석합니다. 성경은 이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소유했습니다. 거칠고 역동적인 ‘히브리어’로 삶의 생생한 현장을 그려냈고, 정교하고 논리적인 ‘헬라어’로 그 의미를 보편적 진리로 풀어냈습니다. 이 두 언어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진리를 온전히 전하기 위한 필연적인 협력이었습니다.